2024-12-23 ~ 2025-01-31
최병소, 윤형근
051.758.9845
부산 해운대에 위치하여 단색화와 전위예술을 중심으로 현대미술을 꾸준히 전시하고 있는 데이트갤러리에서 2024년 12월 23일부터 2025년 1월 31일까지 최병소[b.1943- ] 작가와 윤형근[b.1928-2007] 작가의 2인전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 2인전의 최병소, 윤형근 작가 작품은 서로 대조적이면서도 캔버스 위에 큰 붓으로 그어 내린 면과, 종이 위에 수없이 긋는 선들로 이루어진 면이라는 기본적 요소의 조합을 일관되게 실행하면서 실험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두 작가가 만들어내는 면은 추상화의 문법이 된 평면성에 근접한다. 윤형근의 [Burnt umber & Ultramarine blue], 최병소의 [Untitled]라는 그들의 작품 제목 또한 서사가 배제되어 있고 불확실하며 건조하고 중성적이다. 최병소의 작품 표면에서 수 없는 볼펜 자국으로 훼손되어 들려 일어나 생긴 입체감은 3차원적 대상이 아니라 표면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광물질적 표면이 벗겨져 피하층이 드러난다면 그것을 윤형근의 작품 같은 표면이라고 할 수 있다. 두 작품에서는 얇은 표면이지만 깊이가 있다. 즉, 깊이 없는 깊이라는 역설적인 연결고리를 가진셈이다.
윤형근의 작품 속 크게 그어진 필획은 평평한 면이라는 것에 통합되어 있으며 배경과 경계는 물감의 번짐을 통해 흐려진다. 먹의 농담이 마포천에 느릿하게 스미듯 번져 나가며 관객과 서서히 전염되듯 소통된다.그에 반해 최병소의 TIME, LIFE와 같은 시간성 단어를 노출시킨 작품은 그 자체가 시간의 흐름을 대변하며 강하고 여러 번 그어진 선들에서는 속도감이 느껴진다. 윤형근의 느릿한 시간과 최병소의 급물살을 타는 듯한 시간성의 차이점을 비교하는 것은 흥미로운 관람 포인트가 될 것이다.
최병소 작가 [b.1943- ] 의 작업은 1970년대부터 역사와 현재가 공존하는 신문지와 혹은 잡지에 일상적인 재료인 볼펜과 7B 연필로 반복적인 선을 그어 내용을 지워나간다. 채우기인 동시에 지워내는 수행적인 오랜 작업을 통해 헤지고, 찢어지고, 까맣게 된 개념으로 가득했던 종이는 실체 없는 새로운 물성으로 재탄생한다. 작가의 작업은 긋기 행위 자체가 일종의 수행적인 비우기와 채우기의 과정을 통해 작가의 정신은 물질이 되고 행위는 새로운 사물로 변모한다.최병소 작가의 작품은 정신성과 신체성을 아우르면서 물질의 변화라는 독특성을 가지고 한국 실험미술 정신을 대표하고 있다. 신문지와 볼펜, 연필이 서로 흡수되고 발열하여 일체화되는 과정을 통해 작가는 몸과 정신을 단련하며 모든 표현 가능성을 배제한 침묵의 숭고한 정신을 표현한다.
작가는 대구에서 출생하여 중앙대학교 서양학과를 졸업하였다. 1974년 국내 최초의 현대미술제인 <대구현대미술제>의 창립멤버로 이강소, 박현기, 김기동 등이 함께 활동하였으며 1977년 도쿄 센트럴 미술관, 1979년 상파울로 비엔날레, 1981년 브루클린 미술관과 서울 국립 현대미술관 등 주요 그룹전과 2012년 대구 미술관 그리고 2016년 프랑스 생떼띠엔 근현대 미술관에서의 개인전 등 활발한 국제 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립현대미술관과 솔로몬 R. 구겐하임 미술관이 공동주최한 《한국 실험미술 1960-70년대》전에 포함되어 LA해머미술관까지 순회 전시를 하였고 현재 대구 인당뮤지엄에서 그의 작품 인생을 총망라하는 개인전이 전시중이다.
윤형근[b.1928-2007] 작가는 면포나 마포 그대로의 표면 위에 하늘을 뜻하는 청색(Blue)과 땅의 색인 암갈색(Umber)을 섞어 만든 오묘한 검정색을 큰 붓으로 찍어 내려 곧게 그은 '천지문'(天地門)이라고 명명한 작품으로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한다.그의 작품은 고목이나 한국의 전통 가옥, 흙을 연상시키기도 하고 당시 암울한 정치 사회 변혁기에 자유에 대해 분노하는 묵직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한국의 수수함과 겸손함이라는 정서를 여백과 대비, 절제미를 통해 이끌어내는 동시에 시대의 아픔 속 땅에 뿌리를 내고 올 곧게 서있는 나무 기둥과 같은 강인한 정신성을 대변하는 그의 작품은 한국적이며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세계에 널리 알린 것으로 평가받는다.
작가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유신체제를 거쳐 격동의 시대를 온몸으로 겪었다. 장인이자 예술적 스승인 김환기 화백의 영향을 받기도 하였으며 윤형근 작가의 집안은 예술가가 많이 배출되기로 유명하다.그는 세계 유명 갤러리 중 하나인 데이비드 즈워너의 본점인 뉴욕에서 선보인 2017년의 첫 전시를 시작으로 2020년 2번째 개인전을 개최했고, 2023년에는 미국을 넘어 유럽으로 넘어가 데이비드 즈워너 파리 지점에서 3번째 개인전을 선보였다. 이는 매우 이례적으로 개막 당일에만 관람객 약 1000명이 방문했다.2019년에는 베니스의 시립 미술관인 포르투니 미술관(Fortuny Museum)에서 열린 그의 회고전 <윤형근>에 대해 세계적인 미술 전문지인 <프리즈(Frieze)>, <포브스(Forbes)>는 비엔날레 외부에서 열리는 주요 전시로 주목했다. 또한 이탈리아의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La Repubblica)>에서는 제50회 베니스 비엔날레 총감독을 맡은 영향력 있는 미술인이자, 이탈리아의 원로 평론가인 프란체스코 보나미(Francesco Bonami)가 윤형근을 주목하며 리뷰를 남겨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윤형근 작가는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RM이 사랑하는 화가이기도 하다. RM은 2022년 그의 솔로 정규 1집 인디고(Indigo)의 첫번째 트랙 ‘Yun’의 가사 전반에 윤형근 작가의 철학을 녹여내어 그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것이 미술계의 화제이기도 하다.
이번 기획 전시에서는 끊임없이 실험하고 저항하여 일궈낸 한국 미술 역사의 두 주역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는 것에 의미가 있으며 우리가 태생적으로 가슴에 면면히 이어온 한국의 고유한 정신들이 어떻게 작품에 반영되고 표출되고 있는지 실감하는 자리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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