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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순 도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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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순 개인전 

흙으로 빚어낸 ‘조선도공의 둥근마음’





전시를 열면서

이용순 작가는 자신이 직접 산에서 채취한 백설기 같은 백토와 직접만든 유약으로 조선도공의 백자 달항아리를 불러내고 있다. 단색화의 거장 박서보 화백이 생존 달항아리 작가 중 최고로 꼽은 이 작가의 달항아리전이 1월 8일부터 23일까지 인사동 토포하우스에서 열린다.

달항아리는 조선시대 문화절정기인 18세기의 산물로 평가받고 있다, 금사리 등 조선백자가 완숙의 경지에 이르렀을 때 꽃망울이 터지듯 나온 것이다. 농익은 조선백자의 토양에서 마음껏 만들어 본 기물이다. 기형에서도 전통적 백자사발의 범주를 벗어나고 있다. 그것도 백자사발 두 개를 합쳐서 만들었다. 전통적 장르의 해체이자 융합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보편적 해석도 허락되지 않는다. 누구는 임신한 여인의 풍만한 모습을 연상하기도 하지만 어떤 이는 이름처럼 하늘에 떠 있는 달을 떠올린다. 개별적으로 다양한 해석의 문이 풍성하게 열려 있다는 얘기다. 어떤 문헌에도 용도와 모양새를 규정한 것이 없다는 점도 특이하다. 전형적인 포스트모던의 모습이다.

달항아리들은 사람 얼굴처럼 모두가 다르다. 빛에 따라 다양한 백색을 보여준다. 자연을 닮은 조형물이란 얘기다. 댕그랗게 생긴 것이 아니라 원만하게 잘생겨 마음을 평안케 해준다. 입은 크고 몸체에 비해 밑굽이 좁은데도 위태로워 보이지 않는다. 몸통과 굽 사이의 직선으로 인식되는 선으로 되레 수평선 위에 둥실 떠 있는 달을 연상시킨다. 색도 약간 푸른 기가 도는 설백에서 불투명한 유백까지 스펙트럼이 넓다. 박서보 화백은 설백의 백자사발이 비워져 있음에도 맑고 푸른 물이 담겨 있는 느낌에 이끌려 달항아리에까지 이르게 됐고 했다. 이런 맛을 이용순 달항아리는 모두 담아내고 있다. 공간과 빛에 따라 보이는 각양의 얼굴은 카메라에 담기지 않는다. 천 개의 얼굴을 가졌다는 달항아리의 매력이다. 달항아리가 지금도 여전히 현대미술의 취향마저도 만족시키는 이유가 아닐까.

드뷔시의 ‘달빛’선율이 어울리고 이해인 수녀의 ‘달빛 기도-한가위에’가 떠올려지는 이용순 달항아리는 순백색의 둥글고 어진 맛이 일품이다. 피부가 우윳빛이 도는 은은한 유백색을 띠고 있다.

새해 달덩이 같은 복을 이용순 달항아리에 가득 담아가기를 기원해 본다. 달빛처럼 순하고 부드러운 둥근마음,둥근행복이 새해엔 기득하시길.... 

- 토포하우스 대표 오현금 -



이용순 작가



이용순 도자에 대한 생각들

(1)
“이용순 작가는 형식이나 테크닉을 넘어서 몰입의 경지에 이르고 있다. 무한반복의 몰입에서 오는 무목적성의 경지다. 오로지 흙과 불, 물레와 합일된 작가의 열중이 목적마저 비워내고 있는 것이다. 이용순이 생존 달항아리 작가 중 최고인 이유다. 달항아리는 어떠한 문양도 없이 단순한 형태와 유약, 태토(흙)만으로 일궈냈다는 점에서 단색화의 정신과도 맥을 같이한다.” 
- 단색화의 거장 박서보 화백 -

(2)
”이용순 달항아리의 자연스러운 둥그스름은 완벽함을 벗어난 고유한 개성을 드러낸다. 이는 우리의 불완전함이야말로 진정한 아름다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며, 자기 본연의 모습으로 빛나는 심리적 온전함을 상징한다. 인간이 불완전함을 품고 개개인의 고유한 자기다움을 빛낼 때 비로소 온전해질 수 있다는 깨달음을 준다. 강력한 심리적 위안을 주는 조형물이다. 달항아리는 비어있음으로써 오히려 그 존재를 온전히 드러낸다. 이 비움은 단순한 결핍이 아니라 심리적 여백으로, 보는 이의 감각과 내면을 채우며 사색과 치유의 공간을 만들어 낸다. 이용순 달항아리는 색과 형태에서 이를 잘 구현해 내고 있다.“ 
- 이정아 아트심리학자(Ph.D.) -

(3)
”비디오아트의 선구자 백남준은 인류에게 가장 오래된 빛의 원천 중 하나인 달을 텔레비전 화면으로 보여준다. 바로 초승달부터 보름달까지 달의 주기를 12대의 텔레비전으로 형상화한 작품 ‘달은 가장 오래된 TV’이다. 텔레비전이 없던 시절 지구의 유일한 위성인 달을 바라보며 이미지를 투영하고 이야기를 상상하던 모습을 텔레비전 시청에 빗댄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달은 인류의 감성적 자산의 원천이었다. 요즘도 용처가 특정되지 않은 덤덤한 달항아리가 집안 곳곳에서 여전히 조형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이유는 가득찬 달을 닮았기 때문일 것이다. 수수하고 은은하고 후덕하고 우아하고 듬직하고 완곡한 달항아리의 서정을 빚어내려는 이용순 작가의 혼이 담긴 역량은 K미감의 동시대 한국 미술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다.“
- 차경림 아트디렉터 -

이용순 달항아리 탐닉記
후지시로 세이지 북촌스페이스 입구에는 이용순 작가의 보름달 같은 백자달항아리가 떡하니 관람객을 먼저 맞이한다.
예로부터 해외시장에서 화려하게 대접받던 고려청자나 청화백자와 달리 17~18세기 조선에서 등장한 청초하고 마음씨 고아보이는 백자 대호는 주목받지 못한 채 어느 틈에 사라졌다. 그러나 21세기, 박물관의 전유물같던 백자 달항아리가 세계에서 주목받는, 대한민국의 힙한 예술품으로 미술품 애호가는 물론 젊은 층에서도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필자의 달항아리 탐닉은 1956년에 발행된 일본의 [삶의 수첩_暮しの手帖] 이라는 여성 잡지에 실린 일본의 근현대 작가 무로 사이세이(室生犀星1889~1962)의 수필 [이조부인_李朝婦人]에서 시작되어 이용순 달항아리 전시 기획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무로 사이세이의 달항아리에 대한 표현을 빌려오자면, ‘부드럽게 부푼몸통은 보름달처럼 아름답고, 질감은 여자의 피부처럼 섬세하며, 유백색 유약의 몽환적인 옅은 연둣빛은 꿈결처럼 희미한 황갈색의 광선처럼보인다. ...하얀 항아리의 입을 보아 그녀는 누가 봐도 뛰어난 미인이었고, 영롱하고 청아한 이조부인의 육체적 아름다움에 밤낮으로 넋을 잃고바라보았다. 또한 이조백자는 투명감이 풍부하기에 사람의 마음을 숙연하게 하는 경지에 이르는데, 이는 그 특유의 은은한 향을 뿜어냄에있다.’며 달항아리에 대한 아낌없는 사랑을 그려냈다. 실제 무로 사이세이는 종전 후 가루이자와에 있는 고미술점에 포르투갈이나 네델란드, 영국, 중국의 넘쳐나는 골동품들 사이 한쪽에 꽃이 꽂혀있는 백자대호를 만나게 되고, 그 거리를 오가며 매일 마주치는 백자대호를 짝사랑하게 된다. 일본이 패전한 직후인지라 글을 쓰던 작가의 원고료는 넉넉할 리 없었다. 사이세이는 고미술품점 주인과 몇 차례의 흥정 끝에 11년 만에 가까스로 달항아리를 집안으로 들이고 매일매일 정성스레 닦고 빛을 내며 인격체로 다뤘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우리는 달항아리를 어떤 자세로 바라봤을까. 참담한 역사적 배경을 가져서일까? 따져보면 조선백자 대호에 대한 사료가 부족하기에 쓰임새조차 정의 내리지 못했던 우리는 일본의 미술사학자 야나기 무네요시를 비롯한 일본 지식층의 감상이나 정리된 글을 통해 백자대호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시작되었다 볼 수 있다.

지금 우리의 달항아리가 새로운 감각으로 재해석 되는 데에는 이러한 매개자들과 또 그들과 가까운 사이로 지내며 영국박물관에 조선의 백자대호를 당당히 앉힐 수 있게 했던 영국의 도예가 버나드 리치의 한몫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이 무심한 듯 꾸밈없는 달항아리의 매력에 빠져 있는, 현재 세계최고의 안목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벨기에의 인테리어 디자이너 악셀베르보르트, 재일한국인 건축가 이타미준 같은 아트 컬렉터도 그 매개 역의 뒤를 잇는다 해도 의심치 않다. 이들은 조선 백자 대호의 전통방식으로 맥을 잇는 이시대의 도공 이용순의 백자 달항아리를 이미 품에 안았으니 말이다.

요즘 국내에서도 회화를 비롯해 다양한 재료로 달항아리를 표현한작품들을 흔히 볼 수 있다. 19세기 에도시대의 우키요에가 유럽 인상파 작가들의 창작 활동에 자극을 넘어 동경과 환상을 주었듯이 우리의 백자 달항아리가 세계적인 코리아니즘의 아이콘이 되리라 기대 섞인 자부심을 가져 본다.

무로 사이세이의 이조부인처럼 후지시로 세이지 북촌스페이스에는 이용순의 달항아리가 점점 더 뽀얗고 둥글게 둥그레져 간다.

-후지시로 세이지 북촌스페이스 아트디렉터 강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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