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파크(ARTPARK)는 박영근(Younggeun Park, b.1965)의 개인전 《물, 불이 두렵잖고 / No Fear of Water and Fire》를 12월 27일부터 개최한다. 박영근은 현재 성신여자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교보문고(서울 광화문)에 걸린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의 초상화를 작업하는 등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박영근은 가시적 세계와 영적 세계의 교차점에서 재현의 본질을 탐구한다. 그의 작업은 전통적인 재현 방식을 넘어 기억과 상징, 그리고 형상의 해체를 통해 복합적인 시간과 세계를 시각화한다. 이번 전시의 중심 주제인 ‘물’과 ‘불’은 단순한 조형적 상징을 넘어, 작가의 영적 탐구와 실존적 성찰을 담아낸 중요한 요소이다. 작가는 물은 생명과 정화, 불은 하나님의 본질과 임재를 상징하며, 이를 통해 영원과 순간이 교차하는 카이로스(kairos)의 시간을 캔버스 위에 구현한다. 

미술비평가인 김희영 국민대 교수는 박영근의 작품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했다. 

‘박영근은 40여년간 작업을 진행하면서 카이로스의 시간과 크로노스의 시간이 혼재된 시간을 성찰해 왔다. 이러한 성찰 과정에서 그는 성서에 계시된 상징들과 동시대 미디어 환경에서 만나는 수많은 이미지들의 혼재를 함께 다루어왔다. 초기 작업부터 꾸준하게 박영근 작업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것은 현실 세계와 영적인 세계의 공존 안에서 영적인 영역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이 시선은 단순히 작품의 주제를 모색하는 차원에 머물지 않는다. 박영근의 일상은 성서의 묵상으로 시작하며, 이어서 화가로서 실질적으로 다루어야 하는 캔버스 화면으로 향한다. 성서에서 언급된 역사적 서사나 계시적 환상이 작품의 소재로 다루어지기 보다는, 변화하는 삶의 현실을 마주하는 가운데 자신의 삶의 방향을 이끄는 지혜에 의지하면서 화면이라는 장 안에서 미학적, 실존적인 정체성을 찾아가는 반복되는 일상이 그의 작업에 일관성을 부여해 온 동력이다.

박영근의 작업은 보이지 않는 영적인 세계에 대한 묵상을 지속하는 가운데 동시대 미디어 환경 안에서 접하는 이미지의 홍수를 대면하면서 사물에 대한 이해와 기억을 독자적으로 수립해 가는 과정을 담고 있는 열린 장이다. 이 장에서는 고정된 형상이 해체되고 서로 상이한 관심과 층위가 복합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전환이 이루어진다. 여기에는 예술이 예술 이상의 것이 되는 한에서만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근원적인 갈등이 존재한다. 즉 자율과 타율이 긴밀하게 묶여있는 장인 것이다. 이렇게 모순에 열려있는 개방된 장인 화면 안에서 상이한 시간과 세계가 만날 수 있으며, 관습적인 예속에서 벗어난 자유를 위한 노력이 지속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전시는 2024년 1월 17일까지 아트파크에서 개최되며, 박영근의 독창적인 창작 세계를 조명하는 동시에 예술의 본질과 시간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탐구할 기회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