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피라미드 앞에서 열린 4회 국제미술제 《포에버 이즈 나우 Forever Is Now》(10.24-11.16)에서 강익중의 신작 〈네 개의 신전(Four Temples)〉이 공개되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기자 피라미드에서 개최되는 이 미술제는 이집트의 대표적인 랜드마크 전시로 이집트 문화부, 관광유물부, 외무부, 유네스코의 후원을 받는다. 올해는 작가와 관객이 고고학자가 되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예술을 통해 탐험의 여정에 참여하는 것을 주제로 10월 24일 강익중 신작 발표와 함께 현대로템이 지원한 아리랑 배우기 행사도 열었다고 한다. 높이가 다른 4개의 철근 구조에 과거(피라미드)와 미래(전 세계인의 꿈)를 탐구하는 작품으로 외벽에는 한글·영어·아랍어·상형문자로 한국민요 아리랑이 새겨져 있고, 작품의 내벽은 학교 문화기관과 협력하여 한국 전쟁 실향민과 함께 어린이의 꿈·전쟁 실향민과 난민의 꿈과 아픔·도전을 담은 그림 5,016점을 선보였다.
<네 개의 신전> ⓒ 강익중스튜디오, 이앤아트 제공
가로, 세로 20cm인 포맥스 보드에 인쇄된 형형색색 조각 그림들이 빛의 파노라마로 사막에서 부는 거센 바람에 흔들리고 서로 부딪혀 방울이 흔들리는 듯한 소리가 멀리까지 울려 퍼졌다. 강익중 작가는 작품 앞에서 하늘과 땅을 이으며 인간의 소망을 하늘과 연결한다는 천지인(天地人)을 연결하는 의미라고 말하며 4000년전 세워진 피라미드가 이제 찾아온 한글을 반갑게 맞이하는 형국이라고 설명했다. 2023년 아인샴스 대학에서 이집트 학생들에게 직접 한글로 ‘내가 아는 것’을 쓰는 프로젝트를 했던 강익중 작가는 당시 이집트의 방문 경험에서 영감을 받아 이집트 신전의 건축 요소를 이번 〈네 개의 신전〉 작품에 반영했다. “언어는 언어가 과거, 현재, 미래를 잇는 중요한 매개체임을 나타낸다. 이 작품에서 관객들이 많은 사람들의 꿈과 도전을 공감하면서 각자의 마음에서 치유를 찾기를, 이 작품이 세계를 화해시키고 치유하는 해독제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고 작가는 밝혔었다. 10월 26일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앞에서 펼쳐진 리셉션에는 김용현 주이집트한국대사를 비롯해 각국의 이집트 주재 대사와 외교관계자를 포함한 내빈 앞에서 사막 위에 펼쳐진 이 장대한 설치미술제의 기획자와 출품작가 12인을 소개했다.
에드푸 신전 ⓒ 김달진
아이프앤코(대표 김윤섭)에서 주관한 이집트 아트 투어(10.24-11.1)는 이앤아트 이규현 대표가 기획한 강익중 작가의 작품관람을 시작으로 이집트 3대 박물관으로 이어졌다. 이집트유물박물관(egyptianmuseumcairo.eg)은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박물관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이집트 유물 컬렉션을 소장하고 있다. 1901년에 지어진 건물에 100여 개의 전시실을 갖추었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파라오 투탕카멘의 황금 마스크를 소장하고 있다. 이집트문명박물관(nmec.gov.eg)은 고대 이집트 예술품 문화 유적 유물을 함께 전시하며 인물 흉상이나 동물들이 인상적이었다. 22구 미라로 구성한 지하 전시장이 인상에 크게 남았다. 2022년 부분 개관한 대이집트박물관(visit-gem.com)의 대표 유물은 람세스 2세의 거대 석상으로 5,000여 점의 달하는 투탕카멘 묘의 유물 전체 부장품을 공개하고 있었다.
세계 7대 불가사의 가운데 유일하게 현존하는 대피라미드, 세라피스 신전의 폼페이 기둥, 아부심벨 대신전과 소신전, 콤옴보 신전, 에드푸 신전, 룩소르 왕가의 계곡, 투탕카멘 무덤, 핫셉수트 장제전, 룩소르 신전 등으로 이어진 여정은 처음에는 놀라움과 감탄의 연속이었으나 나중에는 수도 카이로의 큰 도로에서도 제대로 된 신호등과 횡단보도를 볼 수 없는 오늘날의 이집트와의 거리감이 너무나 크게 다가왔다.
2024 베네치아비엔날레 이집트국가관 대표작가인 와엘 샤키(Wael SHAWKY, 1976- )의 전시(9.10-2025.2.23)가 대구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한국에서 현대 이집트를 가장 가깝게 느껴볼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