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전 시 명 : 이현우 개인전 <Heart Blossom Farm>
・전시작가 : 이현우. Lee Hyun Woo
・전시기간 : 2014 년 12월 18일 ~ 2015년 1월 17일
가시꽃 하트는 사람 마음의 연약함을 이야기 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예컨대 장미꽃의 가시는 누군가를 찔러서 상처를 나게 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외부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도구입니다. 사람의 마음 역시 내가 상처를 받지 않도록 잘 지켰을 때 따뜻한 사랑을 베풀 수 있는 마음이 피어난다는 점이 작품의 모토입니다.
가시가 점점 옅은 색감으로 퍼지는 모습은 작가 자신이 결벽증적으로 예민했던 과거로부터 점점 부드럽고 여유로워지는 현재 마음 상태로의 이행을 은유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차가운 이미지로 인식되는 가시가 따뜻한 색감 속에 피어나는 형상이 묘하게 마음을 녹이는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사랑을 노래하는 가수 이현우가 17점의 화폭에 담아낸 첫 번째 고백에 귀 기울여 주시길 희망합니다.
사랑이 피어나다. 삶이 피어나다.
이문정(조형예술학 박사, 중앙대학교 겸임교수)
세상에는 사랑이 넘쳐흐른다.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은 –어떤 형식으로든-사랑을 한다. 영화와 드라마(drama), 인터넷(internet), 신문과 잡지, 대중 서적에서부터 전문 서적에 이르기까지 모두들 사랑을 이야기한다. 사랑을 고민하고 분석한다. 사람들에게 사랑은 진부할 정도로 일상적이고 익숙한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 흔하고 평범한 것에 매달린다. 그것을 꿈꾼다. 그리고 실망한다. 상처받는다. 그러나 이내 다시 그것을 희망한다. 그러나 사랑은 쉽게 얻어지지 않는다. 사람들이 영원하길 바라고 영원할 것이라 믿을수록 허무하게 사라진다. 사람들에게 양가적 경험을 동시에 제공하는 사랑은 모순 덩어리이다. 에리히 프롬(Erich Fromm)이 사랑처럼 엄청난 희망과 기대를 갖고 시작하는 것도, 그럼에도 그처럼 실패를 되풀이하는 행동이나 시도도 없다고 표현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사랑은 기쁨이다. 그러나 그것은 슬픔이다. 사랑은 즐거움이다. 그러나 그것은 고통이다. 사랑처럼 개인적이고 상대적인 주제도, 사랑만큼 대중적이고 보편적인 주제도 없을 것이다. 그것처럼 행복과 화합을 불러오는 주제도, 첨예한 대립과 갈등을 불러오는 주제도 없을 것이다.
이현우는 이십여 년이 넘는 시간동안 자기 자신, 주변 사람들, 대중의 감정을 읽어내고 그것을 음악으로 표현하며 세상과 소통해왔다. 그리고 어느 순간 사람의 감정을 가장 깊고 넓게, 신비롭고 풍부하게 표현할 수 있는 주제는 결국 사랑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또한 사랑이 우리들 삶의 전(全) 과정을 가장 솔직하게 보여주는 통로라 생각하게 되었다. 사랑이라는 단어 안에는 설렘과 긴장, 두근거림, 희망, 기쁨과 환희, 그리고 슬픔과 절망, 외로움 등, 언어로는 다 담아내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의 감정들이 따라온다. -그것이 어떤 종류의 사랑이든 간에-사랑을 하면 모든 감정을 다 경험할 수 있다.
사랑을 음악으로 표현하던 이현우는 이 많은 감정을 더욱 풍부하게 표현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붓을 잡기 시작했고 가시가 돋친 하트 마크(heart mark)를 그리기 시작했다. 여러 번의 사랑을 경험한 후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성게처럼 가시를 만들어 진화한 하트는 사랑하고 사랑받길 원하지만 사랑을 하는 과정에서 상처받은 사람들을 상징한다. 더 이상 상처받지 않기 위해 다른 존재가 다가오지 못하도록 가시로 무장한 것이다. 그런데 하트를 뒤덮은 가시는 하트를 오히려 더 연약하고 예민해 보이도록 만든다. 사실 상처를 받아 보호막을 만든 것도 절실하게 사랑을 원했기 때문에 일어난 결과이다. 하트는 누군가가 자신에게 다가와 가시를 떼어내 주기를 바란다. 가시가 주는 고통을 알면서도 가시 돋친 자신을 끌어 안아주기를 기다린다.
하트 형상은 사랑이 그렇듯 언제 어디에서나 익숙하게 만날 수 있는 이미지(image)이다. 그것은 진부하고 통속적인 이미지이지만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소비하는 이미지이기도 하다. 대중적이라는 특징은 이현우에게 하트를 더 매력적인 대상으로 느끼게 했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이 대중적이라는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한다. 그에게 대중적이라는 단어는 소통의 중심이 되고 관계를 만들어낸다는 것과 같은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사랑은 소통을 기본 전제로 한다. 소통 없는 사랑은 불가능하다. 사랑은 내가 아닌 다른 존재에 대한 긍정적인 관심이자 존중이다. 사랑은 상대에 대한 자발적이고 애정 어린 반응이기에 가장 적극적인 소통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우리의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하트는 그리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다. 그것은 사랑이 그렇듯 양가적이고 모순적인 내용을 모두 포함하는 매우 복잡한 상징물이다. 일반적으로 하트는 사람의 심장을 의미한다. 심장은 혈액을 공급하여 생명을 유지하는 중요한 장기(臟器)일 뿐만 아니라 우리의 마음이 존재하는 상징적인 공간이기도 하다. 그것은 여성의 신체 부위를 연상시키는 에로틱(erotic)한 상징물인 동시에 성배(聖杯), 맹세와 신의를 의미하기도 한다.
이현우는 이번 전시를 준비하는 동안 새로운 사랑에 빠진 것과 같은 감정을 경험했다고 말한다. 그것은 두려움과 설렘, 걱정과 기대가 공존하는 복합적인 감정이다. 쉽지 않은 과정이지만 이현우는 이 모두를 즐긴다. 사랑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그 속에서 행복을 찾는 것과 같다. 이현우의 모든 작업은 사람, 사랑, 소통이 만들어내는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이다. 그리고 이 협업은 궁극적으로 우리를 포함한 사람들의 삶을 진실되게 표현하겠다는 작가의 목표, 가장 평범하면서도 어려운 목표를 향한다. 이현우는 단순히 사랑을 노래하는 작가가 아니다. 그는 삶을 노래한다.
이현우 약력
학력
카네기멜론대학 순수미술전공 (중퇴)
파슨스 디자인학교 오티스 미술대학 졸업
전시
2014 ‘Heart Blossom Farm’전 진화랑
2013 ‘On style 윤주의 봄날’ 팝업전시 서울시립미술관
2011 ‘아름다운 숨’전 인사갤러리